끊임없이 터져 나올듯한 울음을 참기 위해 지그시 깨문 입술에 눈물이 스며든다. 그 눈물은 발갛게 익은 얼굴 위를 반짝거리도록 만든다. 그러고 보니까 석진을 처음 본 날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왜 저렇게 처량히 울지? 애인한테 몹쓸 짓을 당한 거면 화가 나야 되는 거잖아. 울어서 해결 되는 게 뭐 있다고. 연달아 담배를 피우며 오래간 석진을 봤다. 시간이 길어...
사랑에 빠지는 속도? 그게 중요한가.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다. 정국은 비교적 호불호가 정확한 스타일이었다. 눈을 감아도 보고 싶으면 정말 보고 싶은 거고 그렇지 않으면 보고 싶지 않은 거지. 결과적으로 정국은 지금 석진이 보고 싶었다. 커다란 소파에 반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소파 등받이 너머에 있는 아버지를 본다. 요즘은 체스를 두는 취미에 ...
- 수위가 있는 씬을 삭제한 전체연령본입니다. Top To Toe 10 런스루 눈을 질근 감았다. 나이가 들수록 눈가에 주름이 지는 건 당연한 건데 그걸 의식한 이후로 한때는 눈을 꽉 감는 걸 자제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국이 입을 맞추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 머리에 잡생각이 드는 건 정국과의 키스를 일반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거, 다 큰 성인끼리 ...
- 센티넬X가이드. 리퀘스트입니다. 약간의 트리거 소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이렌 런스루 팔을 휘두르면 유려한 손길을 따라 불길이 치솟는다. 정국의 지원으로 인해 불리했던 상황은 쉽게 뒤바뀐다. 붉다 못해 푸르른 불꽃은 반란군을 감싸고 화마에 갇힌 이들은 끔찍한 비명소리를 지른다. JK, 사살은 안 돼. 목표는 정보 획득을 위한… 이다. 다시, …인, 포...
Top To Toe 9 런스루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피부에 닿아 느껴지는 감각만이 예민해진다. 정국은 석진의 아랫입술을 진득하게 빨다가 자연스럽게 벌어진 사이로 조심스레 혀를 집어넣는다. 곧 유연한 근육이 맞닿는다. 마치 긴장을 풀라는 듯 목덜미를 뭉근하게 문지르는 악력에 신발 속에 숨어있는 발가락을 한껏 움츠린다. 한참 동안 입술을 부딪치고 ...
제 머리칼이 아닌 누군가의 머리를 이렇게 오래간 만지고, 쓰다듬었던 일이 언제였나. 흐릿한 기억을 되감아 나오는 것은 하나였다. 석진은 이내 인상을 쓰며 쓸데없는 회상을 지워버렸다. 찰나에 손을 세게 오므렸는지 석진이 머리카락을 쥐고 있는 상대가 듣기 좋은 신음을 내지른다. 짧은 음성은 이내 더욱 감미로운 웃음으로 바뀐다. 그 웃음은 전염되기 마련이다. 헤...
Top To Toe 7 런스루 정국에게 전해 받은 주소가 익숙한 이유는 씁쓸하게도 하나의 집과 멀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줄곧 잊고 있었는데 사소한 기억 한 가지를 선두로 갖가지의 상념을 만들어낸다. 주차하기 마땅치 않은 좁은 골목을 돌며 보이는 풍경들은 오래간 이 동네에 방문하지 않았더라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석진이 늘 차...
Top To Toe 6 런스루 좋게 말하면 귀여운 애교에 속하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주거침입죄. 사실 전자로 생각하려해도 둘의 관계가 그렇게 허물없는 사이는 아니지 않나. 엘리베이터에 올라 어깨에서 내려 손에 쥐고 있던 가방이 현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어딘지 모르게 심란해지는 바람에 방금까지 굶주려 골골 울리는 배를 잊을 뻔했다. 허리를 굽혀 신고 있는 등...
정국이 다시 눈을 뜬 건 매니저의 방문이 있던 오후 12시경이었다. 표면상은 아티스트 1인 소속사나 다름없는 정국의 몇 없는 직원 중 실장 겸 매니저인 윤종―성이 윤이고 이름이 종이다―은 방문을 열자마자 폴폴 풍기는 술 냄새에 코의 끝을 집게손으로 틀어막고 정국의 머리가 있을 법한 이불을 잡아 끌어내렸다. 끄응 앓는 소리를 흘리며 이불 안으로 다시 파고들려...
눈앞에 있는 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술에 흠뻑 취했다는 건 의심 하나 보태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파혼이 죄에요? 예? 죄냐고요.” 했던 말을 거듭해서 반복하는 횟수를 이제 어림잡아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어쩌면 정국 역시 취했음에 제대로 셀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석진의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상대적으로 더뎌지고 있었다. 머릿속...
Top To Toe 3 런스루 모서리가 날카롭도록 네모반듯한 청첩장의 겉면엔 신랑과 신부를 닮은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제법 귀여운 그림을 검지로 쓱 문질러본다. 설핏 웃음이 터졌다. 뒤로 넘기니 간략한 인사와 함께 이름들과 장소, 시간이 적혀있다. 친숙한 신부의 이름과 낯선 신랑의 이름을 몇 번이나 곱씹어 읽었다. “올 수 있죠, 석진 씨.” “아, 그럼...
정진 진른 / @Run_Jin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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